대형 산불로 광범위하게 소실된 산림 피해지 전경. 불에 탄 임목과 황폐화된 산지가 그대로 드러나며, 고사목 정리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신속한 복구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대형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산림 피해 산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생계 기반이던 산송이는 자취를 감추고 산은 잿더미로 변했지만, 정작 정부와 지자체는 실질적인 복구 지원보다 까다로운 행정 절차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주들에 따르면 산불로 고사한 나무를 정리하려 해도 산림설계사무소에 설계를 의뢰해 도면을 작성하고, 이후 허가 절차를 거쳐야만 벌채가 가능하다.
문제는 설계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불로 소득이 끊긴 산주들에게 또다시 자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2차 피해와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접근이 어려운 개인 임야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직접 벌채를 지원하지 않으면서도 “자비로 설계하고 허가받아 시행하라”는 행정 지침을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조치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 산주는 “산이 다 타버려 산송이 한 뿌리 못 캐는 상황인데, 고사목을 치우려면 설계부터 하라니 기가 막힌다”며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규제만 들이민다”고 토로했다.
산불 피해지는 병해충 확산, 추가 산불 위험, 산사태 우려 등 2차 피해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긴급 벌채조차 신속히 처리되지 않는 것은 사실상 행정 마비라는 지적이다.
재해복구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신속성과 유연성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일률적인 설계 의무 적용으로 시간과 비용을 가중시키고 있다. 산주들은 “재난을 당한 국민에게 서류부터 요구하는 행정이 과연 정상적인가”라고 반문한다.
일각에서는 벌채 허가를 위해 반드시 산림 설계를 거치도록 한 구조가 특정 설계업체에만 수익을 보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재해지역의 긴급 정리 작업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한 행정이라는 주장이다.
산주들은 “지원이 어렵다면 최소한 허가 절차라도 간소화해야 한다”며 “재해지역에 한해 신고제 전환이나 한시적 설계 면제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산불은 천재지변이지만, 그 이후의 행정까지 인재(人災)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 있는 재해복구 행정으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산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