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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 복구 명분 뒤에 숨은 행정 부실
  • 배영달 기자
  • 등록 2026-02-08 09: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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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송군 ‘일시 파쇄장 허가’ 내주고 관리 손 놨나…주민들 “2차 환경재앙 우려”

산불 피해 복구를 명분으로 운영 중인 청송군 일시 파쇄장 현장. 비산먼지·소음 저감시설 없이 벌채목 파쇄물이 대량 야적돼 있어 인근 농지·하천으로의 2차 환경오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형산불 피해 복구를 이유로 청송군청이 ‘일시 파쇄장’ 허가를 내준 현장에서 비산먼지·소음 저감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채 벌채목 파쇄 작업이 진행되며 인근 주민들의 피해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경북 청송군 괴정리 산91번지 일원이다. 산불 피해 임목을 현장 파쇄하는 과정에서 파쇄기가 가동 중이지만, 비산먼지와 소음을 줄이기 위한 살수시설·방진망·방음벽 등 기본적인 저감 장치가 전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에 따르면 작업 개시 이후 미세먼지와 분진이 주거지와 농경지로 그대로 확산되고 있으며, 대형 장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으로 일상생활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한 주민은 “산불로 이미 집과 농사를 잃었는데, 복구 현장 때문에 다시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피해 복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산불에 탄 목재에서 떨어져 나온 검댕과 재가 차단 없이 노출·방치돼 있다는 점이 우려를 키운다. 전문가들은 우천 시 검댕과 오염물질이 인근 농지와 하천으로 유입될 경우 토양·수질 오염 등 2차 환경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산불 피해 복구를 이유로 운영 중인 청송군 일시 파쇄장 현장. 굴삭기가 불에 탄 벌채목과 잔재물을 집적·정리하고 있으나, 비산먼지·소음 저감시설 설치 여부를 두고 관리·감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최소한의 피해 저감 장치 없이 작업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산불 피해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자 무책임한 운영이라는 지적이다.


더 큰 문제는 감독·관리 책임이 있는 청송군청의 안일한 행정 태도다. 관련 부서가 현장 실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즉각적인 작업 중단이나 강력한 행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행정의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산불 피해 복구라는 명분 아래 환경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다”며 “이는 복구가 아니라 또 다른 환경 재앙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송군청은 해당 파쇄장에 대해 즉각적인 현장 점검과 법에 따른 행정·사법 조치를 실시하고, 비산먼지·소음 저감시설을 완비한 이후에만 작업을 재개하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피해 주민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복구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피해를 방치하는 행정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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